정보 / / 2022. 9. 23. 09:41

DP리뷰 마지막

dp

군대라는 소재 탓인지 길게 이야기해보던 DP의 마지막 리뷰입니다. 결말의 내용까지 포함되어있으니 아직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으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서 스포일러를 피해 주세요. 바로 시작합니다.

영혼까지 상처입히는 폭력

시간이 흐르면 늘 그렇듯 사람은 사라져 갑니다. 지긋지긋한 군생활도 언젠가는 끝나는 것처럼, 나를 그렇게 괴롭히던 선임병도 전역하는 날이 찾아오게 됩니다. 황장수가 전역을 하게 됩니다. 나를 그렇게 못살게 굴던 사람이 가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끝인가, 정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은 얼굴이 사라집니다. 조석봉은 사과를 요구하지만, 황장수는 형식적인 모습으로 사과하고 조석봉은 눈물을 흘립니다. 폭력은 인간의 영혼까지 상처를 입힙니다. 단순히 몸이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영혼까지 다치는 처참함을 맞보게 됩니다. 이런 조석봉을 주변 생활관 동료들은 비난합니다. 왜 오늘까지 저러냐는 식으로 말입니다.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는 겁니다. 한호열과 안준호의 대화는 평범한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합니다. 그래도 참아야 하지 않겠느냐, 참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 와 같은 말입니다. 살면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렇게 이해하기에도 조석봉은 너무 많이 당했고, 너무 많이 다쳤습니다. 영혼이 상처 입은 조석봉의 탈영 후 행동들은 마치 사람이 아니라 짐승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있습니다. 충동적이고 본능만이 남아있는 모습입니다. 자신을 괴롭히던 선임을 방탄헬멧으로 구타할 때, 전역한 황장수를 찾아가 칼부림을 하고 도망갈 때의 모습은 본능만이 남아버린 마치 짐승과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결국 조석봉은 안준호, 한호열의 DP조에게 검거되지만 역으로 벌을 받는 사람은 조석봉 본인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분노합니다. 복수라는 것은 또 다른 복수를 낫는 다식의 이야기를 하는 박범구의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석봉은 현재 그런 간단한 사회적 논리를 이해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그렇게 조석봉은 탈출하여 황장수를 찾아가 그를 납치하고 폭력으로 그를 굴복시킵니다. 끝내는 자신의 손으로 스스로의 삶을 마감합니다. 뭐라도 해야 변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하며 자살이라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군에서 스스로의 생을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군은 이런 젊은이들의 죽음을 통해 변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자살이 아닌 구타로 사람이 죽는다 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죽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어야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DP의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황장수라는 인물

황장수는 누가봐도 나쁜 사람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권력으로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사람들을 폭력으로 굴복시키고, 자신보다 약하다는 판단이 서면 끝까지 괴롭힙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황장수의 캐릭터 덕분에 드라마의 내용은 힘을 받습니다. 여타 다른 드라마였다면, 황장수를 갱생의 여지가 없는 극악무도한 악마 캐릭터로 만들었을 것이고 그가 가지고 있는 '인간다움'이라는 본질을 없애버린 채로 내용을 진행시켰을 것입니다. 군에는 생각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입니다. 그냥 비겁하고 겁 많은 사람들도 군에 입대합니다. 후임들을 괴롭히다가도 그냥 누워서 제대를 기다리는 말년 병장의 말 한마디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박범구 중사 앞에서는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입니다. 실세가 된 한호열이 제대로 들이받아도 별말을 하지 못하고 한호열이 안준호를 창고로 데려가 구타하는 시늉을 할 때는 '짬 대우를 해준다'며 즐거워합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소인배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제압하는 것을 통해 본인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그가 군 전역 후 편의점 알바를 하며 당하는 부조리를 보여줌으로써, 그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약간의 디테일을 첨가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석봉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 두려워하고, 납치되었을 때는 제대로 된 저항 한번 하지 못합니다. 조석봉은 황장수에게 묻습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나를 괴롭히고 때렸느냐고. 황장수는 대답합니다. '그냥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다.'. 학창 시절, 학생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구타하던 선생님들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아마 지금 그들을 찾아가 그때 왜 그렇게 아이들을 때렸냐고 물어본다면 극 중 황장수와 비슷한 대답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다 와 같은 대답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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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안준호의 이야기입니다. 결국 DP라는 드라마는 안준호 라는 인물이 군에 입대하고 나서 이등병 시절에 겪은 이야기들을 에피소드 화해서 드라마로 만든 것입니다. 안준호라는 인물을 중점으로 박성우, 신우석, 조석봉의 인물 서사를 따라가며 좋은 디테일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크게 일이 벌어졌던 조석봉의 경우, 안준호는 이성적인 대처를 해내지 못합니다. 안준호 또한 아직 어리고 어리숙한 20대 초반의 청년일 때문 일 것입니다. 여기서 '어른'들의 손이 개입을 합니다. 이 드라마의 끝판 빌런인 헌병대장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군에 입대한 어린 병사를 거의 도구처럼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이런 무식한 캐릭터가 군에 계속 있는 한 군은 변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헌병대장을 보며 뭔가 모르게 어디서 많이 본듯한 기시감을 느꼈습니다. 뭔가 바꾸기 위해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부딪쳐야겠다고 생각한 인물들은 상층부로 가기 전에 이미 다 부서진 상태로 군을 떠나거나 그런 정신상태들이 다 사라진 상태로 상층부에 올라가는 구조이기에 더 변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신우석의 누나는 안준호에게 물었습니다. 왜 보고만 있었느냐고.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안준호 또한 방관자가 아닌 피해자입니다. 정작 병영문화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저 방관하고 있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나도, 군대를 앞으로 가야 할 이들도 군대는 원래 그런 곳이다라고 생각하며 방관하고 있는 또 다른 방관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메시지를 전달하는 뛰어난 드라마였습니다. OTT 플랫폼 전성시대가 시작되며 창작자들이 좀 더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며 많은 다양한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더 큰 기대를 해보며 길었던 DP리뷰를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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