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 2022. 9. 22. 09:56

DP리뷰 4 - 허치도와 조석봉

DP

이제는 거의 연재 콘텐츠가 되어버린 DP 네 번째 리뷰입니다.

허치도

영화에서 그려지는 탈영은 주로 가혹행위로 인한 탈영병의 발생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혹행위에 의한 탈영도 있었지만 그와는 완전히 다른 사정을 가지고 있는 탈영병도 있었습니다. DP후반부의 시작을 알리는 탈영병 '허치도'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드라마 DP의 또 다른 장점은 이곳에서 나옵니다. 비슷비슷하고 예상 가능한 전개를 소재를 아주 조금 바꾸어서 전혀 다른 휴머니즘 드라마의 형태로 바꾼다는 점입니다. 허치도의 에피소드가 특히 그랬습니다. 허치도의 에피소드는 집안 사정으로 인한 탈영, 더 정확히는 경제 사정으로 인한 탈영병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매우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은 누구나 군대에 가게 됩니다. 그런데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도 집안 사정이 어렵거나 가난한 사람들은 늘 있습니다. 가족 이야기, 집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눈시울부터 붉어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고 그 사람들도 군대에 갑니다. 동생이 조금 더 클 때까지, 고등학교만이라도 들어갈 때까지, 미루고 미루다 입대하는 청년들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환경이 여의치 않아 20대의 시간을 노동으로 보내다 입대한 사람이 많습니다. 극 중 등장하는 허치도의 경우가 정확하게 이런 사례에 부합합니다. 최준목은 가혹행위로 인해 탈영하지만, 허치도는 가정환경으로 인해 탈영하게 됩니다. 재개발 대상이 되어버린 동네, 철거민이 되어버린 가족, 치매에 걸린 할머니까지, 이런 상황에서 허치도는 탈영합니다. 허치도는 똑똑한 청년이었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만 아니었으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좋은 대학교에서 학업에 열중할 수 있었을 겁니다. 군에 입대한 후에도 돈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합니다. 허치도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하고 있던 셈입니다.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생계곤란으로 인한 병역면제 등을 알아 볼 수도 있지 않았나에 대해서입니다. 허치도는 영리한 청년이고 이러한 부분을 활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언론보도를 통해 이런 생계곤란 처지에 있는 청년들 조차 군에 입대하고 병무청에 신청한 생계곤란으로 인한 병역면제 신청이 반려되어 좌절하는 경우들을 왕왕 접하고는 합니다. 어쩌면 이 사회의 시스템 자체가 허치도와 같은 청년을, 더 나아가 허치도와 같은 청년이 속한 가정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허치도의 에피소드는 마치 개인의 일처럼 그려지고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회문제들을 다룹니다. 생계곤란으로 인한 병역면제를 받지 못하고 군에 입대하게 되는 청년의 모습이라던지, 사회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보호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치매노인이라던지, 철거민들의 환경과 같은 사회문제입니다. 이러한 환경에 처한 허치도를 검거하는 데 성공하는 안준호와 한호열이지만, 그의 사정을 깊이 알고 있던 그들은 자수를 권유하며 그를 풀어줍니다.

 

 

반응형

 

 

조석봉

드라마는 DP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본질에 가장 가까운 에피소드로 이어집니다. 탈영병이 된 조석봉의 에피소드입니다. 조석봉에게 군대는 지옥과도 같은 곳이었을 겁니다. 조석봉은 매우 착하고 선한 인물이었을 겁니다. 그림에 대한 열정이나 '봉디쌤'이라 불릴 정도로 학생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마음처럼 타인을 위해 고민하고 도우려 하며 배려할 줄 아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량한 사람들은 군대라는 조직에 그다지 어울리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공격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이기적인 사람을 변해야 하는 조직에서 조석봉 같은 사람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박범구와 조석봉이 면담을 하는 짧은 과거 회상씬에서 보이듯 조석봉은 유도선수 출신이지만 사람을 때리는 행위 자체가 어려워서 유도를 포기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박범구는 '군생활 힘들겠다'라고 표현하며 탄식합니다. 박범구가 조석봉의 캐릭터를 한눈에 파악한 것처럼 조석봉은 황장수의 타깃이 되어 그야말로 '먹잇감'이 됩니다. 이렇게 선량했던 인물인 조석봉은 어떻게, 언제 변화하게 되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드라마에서 조석봉은 가장 입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조석봉이 만약 이렇게 까지 심한 가혹행위를 당하지 않고 선임병이 되었다면 그는 부조리한 행위를 없애려고 시도하는 군인이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혹행위의 수준이 조석봉의 정신력을 아득히 넘어서는 수준이었다는데서 출발합니다. 극 중 등장하는 가혹행위인 '대포동 미사일'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성범죄입니다. 그걸 보면서 낄낄거리며 웃는 이들은 범죄자의 모습입니다. 수많은 가혹행위를 당하면서도 버텨온 조석 봉이지만 그가 버틸 수 없는 수준의 가혹행위는 바로 '후임 폭행 지시'였습니다. 사람을 때리는 행위가 싫어서 유도를 그만둘 만큼 선한 인물인 조석봉에게 강제로 폭행을 지시하는 황장수는 그의 삶을 통째로 부정하는 게 됩니다. 착했던 '봉디쌤'이 누군가를 폭행하고 때려야 합니다. 나름의 합리화를 하며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조석봉처럼 그런 것을 버틸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조석봉의 경우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안준호는 후임병을 들여보내고 조석봉을 설득합니다. 조석봉이 무너진 시점이 바로 이 지점일 것입니다. 안준호처럼 행동하고 싶었고, 그런 선임이 되고 싶었을 겁니다. 그렇게 무너진 조석봉은 자신에게 또 가혹행위를 가하려는 선임을 구타하고 결국 선을 넘습니다.

마지막DP리뷰 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