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 2022. 9. 17. 17:42

8월의 크리스마스 줄거리, 총평

8월의 크리스마스

멜로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극장에 가서 돈을 주고 보는 영화인데 적어도 티켓값은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완벽하게 무너뜨린 한국의 멜로 영화가 있습니다. 오늘 리뷰할 8월의 크리스마스입니다. 한국에는 뛰어난 멜로 영화가 많이 있지만 그중에 가장 뛰어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지금 시작합니다.

멜로 영화가 사라진 시대

지금은 순수멜로영화가 개봉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비교적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21세기의 멜로 영화 트렌드는 2012년 개봉한 건축학개론의 성공 이후 복고 또는 레트로를 콘셉트로 거의 비슷비슷한 서사를 보여주는데 그쳤고, 결국 우리나라의 멜로 로맨스 영화는 다른 나라의 비슷한 장르 영화를 수입해서 상영하는 정도입니다. 멜로나 로맨스의 장르는 제대로 된 투자도 받지 못하고 점차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감정의 모습인 남녀가 깊은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가 자취를 감춘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는 시대적 흐름과도 그 맥락을 함께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집에서도 OTT 플랫폼 등을 활용하여 영화를 시청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50인치가 넘는 큰 화면으로 집에서도 얼마든지 영화를 시청할 수 있고 심지어 누구나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영화를 시청하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그렇지 못한 환경이었기에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와 멜로 영화가 공존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관객은 멜로 영화는 집에서 조용히 감상하고 블록버스터 영화는 큰 스크린에서 풍부한 사운드와 함께 감상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허진호라는 감독을 떠올리게 됩니다. 한국 멜로 영화는 허진호 감독을 제외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는 '8월의 크리스마스'로 감독으로 데뷔하여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3년 후 '봄날은 간다'로 다시 한번 작품상을 받습니다. 다시 6년 후 '행복'으로 청룡영화상 감독상을 수상합니다. 멜로가 사라진 시대, 사랑을 찾아야 하는 시대,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이 영화는 지금 다시 봐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작품입니다.

죽음은 어쩌면 인간이 누구나 걸어가야 할 마지막 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마지막길을 걷는 사람이 스스로의 존엄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줄거리

영화는 텅 빈 운동장에서 '사라짐'을 이야기하는 주인공 정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영화가 지닌 특유의 가슴 시린 정서는 '텅 빈 상실감'에서 나옵니다. 영화가 개봉했던 20세기 말이라 그런지 그 시대의 영화들은 유독 구슬픈 감정을 느끼게 하는 영화들이 많이 나왔고 가슴 아픈 사랑이나 이별을 노래하는 가요가 많이 등장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신파 영화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신파 영화들의 그것과는 다소 다른 노선을 걷는데 신파적인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것이 감정의 절제, 비밀에 있습니다. 주인공 정원은 극 중 내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간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러던 정원의 앞에 다림이 나타납니다. 주차단속요원이었던 다림의 캐릭터 설정상 사진을 인화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고, 주인공 정원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고 사진을 기다리다 사진을 받기 위해 찾아가는 일도 이제는 거의 사라진 모습입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사실 단순합니다. 정원과 다림이 만나고 그들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늘 그렇듯 언제나 별안간 다가옵니다. 작은 관심에서 모든 것이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다림이 정원에게 사소한 질문들을 계속하는 것도 관심의 일종입니다. 영화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행동,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영화는 주인공 정원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과정을 매우 담백하게 보여주고 있는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다른 영화와 차이점을 가져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불치병에 걸린 남자가 자신의 마지막을 정리한다 라는 소재는 신파조로 흐르기 아주 적절한 소재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소재를 신파에 사용하지 않고 그 흔한 눈물 한 방울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정원에게는 아직 정리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 아버지를 위해 리모컨 사용법을 알려주는 모습이 인상적인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리모컨 사용하는 방법을 아버지가 잘 알아듣지 못하자 벌컥 화를 내기도 합니다. 이런 답답함, 미안함, 애틋함 등이 정원을 초조하게 만듭니다. 영화는 정원의 병이 어떤 병인지 언급하지 않습니다. 주위 사람들도 정원이곧 떠날 것을 알지만 무엇 때문에 죽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사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기에 알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정원과 다림이 데이트를 하고, 놀이공원에 가는 모습도 재미있게 그려집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데이트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리 웃기지도 가벼운 농담에 다림은 웃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해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둘의 이별이 찾아옵니다. 다림은 정원이 아픈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진관에 찾아와 돌을 던집니다. 왜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냐는 듯 어딜 간 거냐고 항의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관객은 정원의 병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정원은 다림을 찾다가 카페 창 너머로 다림의 모습을 보게 되고, 관객들은 여기서 엄청난 애틋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 영화는 그 흔한 키스 장면 하나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데이트 후 목욕탕을 가는 정도의 암시로 대체합니다. 사랑은 입을 비비고 몸을 섞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아낀다면 그 또한 사랑이라고 영화는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정원은 세상을 떠나고, 다림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다림은 사진관에 걸린 자신의 모습을 보고 미소 지으며 떠납니다. 영화는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다시 찾은 초원사진관에서 미소를 짓는 다림을 보면서 '다림이 정원의 죽음을 알고 있는가', '마지막 편지는 전해졌는가' 등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곤 합니다. 영화는 그 어떤 것도 정확하게 답을 하지 않지만, 적어도 한 가지 알아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사진관을 바라보는 다림, 그곳에 걸려있는 것은 정원이 과거에 좋아하던 여자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다림이 어디까지 직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다림의 사진이 있는 위치는 바로 그 자리입니다. 잊고 싶지 않아서 놓아두었던 그 자리에 지금은 다림을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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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총평

'8월의 크리스마스'는 당연히 가장 뛰어난 한국영화 중 하나입니다. 배우 한석규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중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가 가장 뛰어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인터뷰였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나무랄 데 없이 좋았고 다시 볼 때마다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영화입니다. 스마트폰도, 디지털카메라도 없던 시절, 서로가 서로에게 연락하기가 참 힘들었던 시절, 그랬기 때문에 더 사랑이 애틋했던 시절입니다. 세월은 지나고 사람은 떠납니다. 하지만 작품은 영원히 남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흘러간 세월과 사랑의 감정과 좋은 배우들을 마치 사진으로 찍어놓듯 남겨두었습니다. 앞으로도 언제고 한국 멜로 영화를 이야기할 때 항상 언급되고 늘 그 자리에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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